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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역사

삼십육계 제14계 차시환혼(借屍還魂) : 남의 육체를 빌려 새로운 생명을 얻듯 목표를 위해 무엇이든 이용하라

by Caferoman 2022. 2. 5.

차시환혼 : 필요하다면 귀신이라도 가져다가 이용하라

어느 날 장자(莊子)는 밤나무 동산을 거닐다가 매미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붙어 정신없이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사마귀 한 마리가 뒤에서 살금살금 매미를 노리며 다가서고 있었고, 뒤 이어 참새 한 마리가 사마귀를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가 막 쪼아 먹으려 하고 있었다. 장자는 급히 활을 들어 아무 방비도 하지 않은 참새를 겨냥했다. 하지만 순간 그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매미는 시원한 그늘에서 암컷을 부르느라 정신이 없고, 사마귀와 참새는 눈앞에 맛있는 먹잇감을 두고 자신의 위험을 모르고 있지 않는가? 그렇다면 참새를 노리고 있는 자신의 등 뒤에서도 누군가 자기를 노리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장자는 활을 거두고 밤나무 숲을 황급히 빠져나왔다. 이때, 관리인이 장자를 밤을 훔치러 온 도둑으로 잘못 알고 쫓아왔다. 이 이야기는 누구나 사마귀인 동시에 매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남의 육체를 빌려 새로운 생명을 얻듯 목표를 위해 무엇이든 이용하라

삼십육계 14계인 차시환혼에서는 5호16국 시대를 열었던 흉노족의 유연(劉淵)이 어떻게 흉노족이라는 출신임에도 한왕조의 성을 빙자하면서빌려가면서까지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제는 유명무실한 한 왕조의 유씨성을 가져다 쓴 이야기입니다.

 

유한(劉漢)의 대기(大旗)를 내세워 민심을 현혹하였으니 소위 ‘차시환혼(借屍還魂)’이라 할 만했다. 유연은 유한이라는 강시(僵屍)를 빌려 흉노의 혼을 넣었을 뿐만 아니라 사마씨의 8왕이라는 걸어다니는 고깃덩이를 빌려 혼을 넣었던 것이다. 

 

유연은 명분이 필요할 때에 적절히 후한의 이름을 빌려 대의를 가장했다는 점에서 차시환혼의 계를 성공적으로 이용한 사례가 되었습니다. 물론 그렇게 쟁취한 권력이 역사가 기억하듯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지만요.


한조(漢朝)가 멸망한 후 조조, 손권, 유비가 천하를 세 등분으로 나누었을 때, 그 가운데 정통성이 있고 또 그 이름으로 천하를 명령할 수 있는 것은 유비뿐이었다. 그는 의자에서 천천히 몸을 세우고 앉아 머리를 숙이고 생각에 잠겼다. ‘만약 유황숙(劉皇叔)의 깃발을 내건다면 정통성이 있고 순리적이 된다. 이것이 정명(正名)의 대사이다. 우리들의 선조 모성유(冒姓劉)는 원래 형이 망하면 동생이 대를 잇는다는 형망제계(兄亡弟繼)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계를 이렇게 정하도록 하자. 차시환혼으로 진조의 강산을 탈취하는 것이다.’ 

 

모든 병권이 타인의 명의에 있으면서 실제로는 자기가 공격과 수비를 한다.
그렇게 운용되는 모든 것도 이러한 이치이다.
凡一切寄兵權於人, 而代其攻守者, 皆此用也.

 

유연은 이와 같은 전략을 세우고 세력을 확장시키는 동안에는 흉노의 깃발을 내걸고 먼저 싸우게 하여 길을 만든 다음, 그가 나라를 세울 때에는 유방의 자손이라는 깃발을 내걸어 정통성을 확보하게 됩니다.

 

5호 16국 시대(五胡十六國時代: 301년 ~ 439년)
삼국시대 이후 한족들이 건국한 서진(西晉)이 북방 이민족들의 침략과 정복에 쇠퇴하기 시작한 후, 다섯 이민족을 비롯한 16개의 국가가 난립하던 시대로 304년 유연(劉淵)이 자립해 한(漢)을 세우고 황제를 칭한 뒤 약 130년 동안 18개국, 22개의 정권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는데, 여기에서 5호(五胡)는 흉노(匈奴), 갈(羯), 선비(鮮卑), 저(氐), 강(羌) 이렇게 다섯 민족을 가리키며 16국이란 말은 북위 말엽의 사관이 쓴 《십육국춘추(十六國春秋)》에서 유래하였다. (실제로 이 시기에 세워진 나라의 숫자는 16개가 넘는다.)

 

유연(劉淵)
자는 원해(元海)로 당나라 고조의 이름도 이연(李淵) 이어서 당나라 때에 쓰인 『진서(晉書)』에는 연(淵)이라는 본명을 피해서 원해(元海)라는 자를 썼다. 흉노는 한(漢)과 형제의 인연을 맺은 탓에 흉노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한인식으로 칭할 때는 대개 유(劉)씨를 써서 유연(劉淵)이라는 한인식 이름을 사용했다.
유연(劉淵)은 성뿐만 아니라 보통 한인 이상으로 한나라 문화에 교양이 있어 『시경』, 『역경』, 『상서』를 배웠고, 『춘추좌씨전』과 손오(孫吳)의 병법을 특히 좋아했으며, 『사기』, 『한서』, 그 밖에 제자백가의 책 등을 섭렵했다고 알려진다.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강산을 빼앗아 자기 왕조를 세우다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다른 사람의 강산을 빼앗아 자기 왕조를 세우는 것이지요.
왕조가 바뀔 때, 나라가 서고 망한 후 그 명망을 빌려 인심을 사는 것이지요.
차시환혼(借屍還魂)입니다!

 

이 책에서 짚고 있는 차시환혼의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쓸모 있는 것은 빌리는 것이 아닌 쓸모없는 것을 빌린다는 점입니다. 유연의 경우 역시 실세의 이름을 빌린 것이 아닌 명분만 남아있고 실제 가치가 없는 유명무실한 고대 왕조의 이름을 빌려와 이용한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호가호위(狐假虎威)란 말이 있다. 호랑이의 가죽을 쓰고 세상을 호령한다는 뜻이다. 흔히 중국에서는 물고기의 눈알을 진주와 섞어 속인다는 말과 함께 일반인들에게 자주 인용된다. 중국 역사에 많은 위인들은 난세를 헤쳐 나갈 때나 권력을 얻어야할 때, 타인의 이름과 명분을 빌려 뜻을 이루었다. 이것이 바로 차시환혼의 계략이다.

 

수많은 정치인들이 이미 세상을 떠난 박정희,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과의 얕은 관계를 들먹이며 XXX 키드라고 외치며 자신의 정치적 정통성을 주장하고 민심을 구걸하는 것 또한 차시환혼의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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