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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에세이

아무튼 떡볶이 - 요조 : 누구나 각자의 최애 떡볶이가 있다

by Caferoman 2021. 8. 29.

독서리뷰

맛없는 떡볶이집이라도 존재하는 것이 나는 좋다.
대체로 모든 게 그렇다.
뭐가 되었든 그닥 훌륭하지 않더라도 어쩌다 존재하게 되었으면 가능한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 아무튼 떡볶이

   

가슴 속 누구나 그들만의 떡볶이를 품고 있다.

떡볶이에 대해 저 역시 깊은 애정과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저자인 요조의 주관적인 취향을 의식의 흐름에 따라 적어 놓은 매우 짧은 에세이집입니다.
따라서 뭔가 떡볶이 맛집에 대한 정보나, 떡볶이 백서를 기대하고 이 책을 읽었다간 매우 크게 실망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떡볶이라는 음식의 형식과 구조는 각자의 취향을 강하게 타는 음식이기에, 저로서도 내심 내가 애정하는 떡볶이집/유형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읽었지만...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모닥치기에 대하여...

'모닥치기'는 '여러 개를 한 접시에 모아서 준다'는 뜻을 가진 제주어라고 하는데 얼핏 들으면 무슨 운동 기술처럼 들리고 이 기술에 제대로 걸리면 뼈도 못 추릴 것 같은, 뭔가 결정적 한 방 같은 느낌이 든다. 모닥치기를 주문하면 커다랗고 널찍한 접시 위에 떡볶이를 비롯해 계란, 만두, 튀김, 전, 김밥 같은 것이 결정적 한 방의 느낌으로 한꺼번에 올려져 나온다. 올려져 나오는 메뉴는 가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심지어 맨 밑에 비빔국수가 깔려 나오는 곳도 있다. 여기저기서 몇 번 먹어본 뒤 나름대로 내가 정의 내린 모닥치기의 핵심은 ‘모나지 않음’이다. 다양한 음식이 한데 어우러져야 하기 때문에 그 어떤 것도 거슬리거나 두드러지지 않는 맛을 낸다.

김밥도 평범한 맛이고 국물이 자작한 떡볶이는 사람으로 치면 이것도 좋다고 하고 저것도 좋다고 하면서도 답답하지 않은 순둥이 같은 느낌이다. 전이나 튀김, 만두 같은 것도 마찬가지. 단독으로 먹는다면 조금 심심할지도 모를 맛이다. 물론 내 고향 서울에도 ‘김떡순’ 같은 비슷한 메뉴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먹어보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확실히 서울의 김떡순은 모닥치기에 비해 스케일은 초라하고 개성은 너무 강하다.

그 와중에 저자의 거주지 홍보를 하는 듯 제주도에 가면 꼭 한번 가서 먹어 보고 싶은 모닥치기 떡볶이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두루치기, 모둠, 모리아와세는 들어봤어도 모닥치기라니... 뭔가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메뉴인듯 합니다.

 

다양한 메뉴가 적힌 오래된 메뉴판이 벽에 걸려 있었지만 이곳의 메뉴는 모듬떡볶이 하나였다. 우리는 다소곳하게 이인분을 기다렸다. 모닥치기 대자가 담겨 나올 만한 사이즈의 넓은 접시에는 약간의 콩나물이 깔려 있었고 그 위에 라면과 쫄면, 그리고 어묵이 간간이 섞인 떡볶이에 만두, 계란 두 개가 얹혀 있고 그 위에 검은깨가 은총처럼 뿌려져 있었다. 이쯤 되면 그냥 모닥치기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이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똑같이 우르르 섞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도 모닥치기의 이념이 ‘무질서’에 있다고 한다면 ‘브라질 떡볶이’의 모듬떡볶이 접시 위에는 ‘질서’라는 이념이 흐르고 있다. - 아무튼 떡볶이 , 요조

 

나의 개인적인 최애 Pick : 망우리 맑은샘 분식, 국물 떡볶이

저자의 떡볶이에 대한 철학과 무관하게 저의 최애 떡볶이는 확고합니다.

 

 

7살 즈음에는 이집 떡볶이 1인분의 가격이 700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600원인었나?-_-)
서울 중랑구 망우동 혜원여자중/고등학교 후문 앞에 있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떡볶이 집으로, 수십년간 주린 학생들의 배를 체워주었던 귀한 떡볶이 집입니다.

이사를 가면서 이제는 연고도 없는 지역에 오로지 떡볶이를 위해 드문드문 방문하는 집이지만
햇수로 어느새 30년을 함께한 집!!

 

감히 맛을 표현하자면
개인적으로국물떡볶이의 레퍼런스같은 집입니다.
최근 다양한 곳에서 출시된 국물떡볶이중에서는 호치킨의 사이드메뉴인 떡볶이와 그나마 맛과 결이 가장 유사한 것 같네요. 호치킨 떡볶이의 구성에서 파을 제외하고 여기서 좀더 얼큰한 맛을 더한 국물떡볶이라고 할까요?

 

 

몇십년이 지나도록 한결같은 맛을 유지하는 결정적인 비결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그동안 한번도 바뀐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7살 부터) 당시 젊으셨던 한 부부가 시작한 가게로 지금까지 한번도 다른 조리사/종업원 없이 두분에 의해서 운영이 되어온 집입니다. 심지어 각 메뉴에 대한 역할분담까지 세분화되어 있어 끓이는 요리(떡볶이,오댕등)은 아주머니께서, 빙수와 다른 사이드 메뉴는 아저씨께서 전담하십니다.

 

30년 가까이 한사람의 손을 거쳐 만들어온 음식이다보니 몇십년 째 동일한 맛을 유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기도 한데... 두 내외분께서 앞으로도 건강하셔서 오래오래 이 음식들을 맛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타인의 취향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도 자신의 지적 허영심을 뽐내기 위해서 절대 대중적인 취향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공식은 떡볶이의 세계에서도 통용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 아무튼 떡볶이

다 좋아한다는 말의 평화로움은 지루하다. 다 좋아한다는 말은 그 빈틈없는 선의에도 불구하고 듣는 사람을 자주 짜증나게 한다. 또한 다 좋아한다는 말은 하나하나 대조하고 비교해가며 기어이 베스트를 가려내는 일이 사실은 귀찮다는 속내가 은은하게 드러나는 제법 게으른 말이기도 하다. - 아무튼 떡볶이

 

이 책의 경우, 딱히 맛집에 대한 후기 느낌보다는 형이상학적이고 관념적인 떡볶이에 대한 고찰이라고나 할까요?
단, 책을 읽고 난 뒤에 떡볶이가 급 땡기긴 했으니 떡볶이를 추억하게/애용하게 자극하는 목적으로서는 이 책이 목적을 다 했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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