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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에세이

셜록 홈즈 주홍색 연구, 네 사람의 서명 - 아서 코난 도일

by Caferoman 2022. 6. 9.

독서노트

리핀코트 월간지에 실린 <네 사람의 서명>의 초창기 버전의 커버

다음 날 아침에 보니, 아버지 방의 창문이 열려 있고 옷장과 상자를 샅샅이 뒤진 흔적이 남아 있더군요. 그리고 아버지의 가슴 위에 ‘네 사람의 서명’이라는 글씨를 비스듬히 갈겨쓴 종이가 있었습니다.

잘생김을 연기하는 베네딕트 컴버배치로 인해 주변에서 영국 드라마 셜록이 인기를 끌고 있을 무렵,이 영드를 시작(정주행) 하기 전에 셜록 홈즈 시리즈를 다 읽어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전집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그 전집의 첫 번째 책이었고 이를 계기로 한참 읽지 않던 추리소설을 다시금 읽게 된 것 같네요 영상으로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통해 뇌섹남 홈즈의 연기를 보는 것도 좋지만 소설로 접하게 되는 홈즈의 매력은 또한 남다릅니다.

“Excellent,” I cried.“Elementary,” said he.

“훌륭하네.” 내가(왓슨) 소리쳤다.“기본이지.” 그(셜록)가 말했다.

네 사람의 서명에 대하여 자세히 서술하는 것은 자칫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이 포스팅에서는 셜록과 왓슨이 "네 사람의 서명" 사건을 맡기 직전 일없이 빈둥거리는 셜록과 왓슨 간에 이루어지는 대화를 공유해보려 합니다. 왓슨이 홈즈를 시험해 보려는 의도로 자신이 가지고 있던 손목시계를 건네며 이전 소유자의 정보를 추리해보라고 하는 장면은 정말 셜록의 매력 그 자체이기에 그 구절을 공유해 봅니다.

   

<네 사람의 서명> 도입부 일부

드라마 셜록을 보신분이라면 누구나 영화 도입부 셜록과 왓슨의 첫 만남에서 셜록이 왓슨의 차림새를 보고 그가 아프간에서 전쟁에 참여했던 군의관이었음을 단번에 알아채는데요, 여기서 나온 셜록의 종합적 추론에 의한 판단의 원작은 당연하겠지만 코난 도일의 소설입니다. 아래는 네 사람의 서명에서 셜록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추론 내용의 일부입니다.


“언젠가 자네는 이런 말을 했었지.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물건은 어느 것이나 그 소유주의 독특한 흔적이 남아 있어서, 전문가가 관찰하면 그것을 알 수 있다고 말이야. 자, 여기 최근에 내 것이 된 시계가 있네. 전에 이 시계를 소유했던 사람의 성격이나 습관에 대해 알 수 있는 게 있다면 말해 보게.

 

홈즈에게 시계를 건네주며, 나는 속으로 조금 유쾌했다. 이 문제는 홈즈가 대답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기회에 그의 잘난 체하는 버릇을 꺾어 주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다.그는 시계를 손에 얹어 무게를 재고 문자판을 찬찬히 살핀 다음 뒤쪽 뚜껑을 열고 처음에는 눈으로, 그다음에는 성능 좋은 돋보기로 세세히 내부 장치를 살펴보았다. 그런 다음 뚜껑을 닫고 나에게 돌려주었는데, 그의 기운 없는 얼굴을 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거의 아무런 데이터도 없군. 최근에 분해해서 청소를 한 모양인지 단서가 될 만한 것을 찾아낼 수 없네.” 그가 말했다.“맞아. 내 손에 들어오기 전에 분해 청소를 했거든.” 내가 대답했다.

 

홈즈가 자신의 실패를 얼버무리기 위해 변명답지 않은 변명을 어설프게 늘어놓고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청소하지 않은 시계였다면 무엇을 알아낼 수 있었단 말인가? 홈즈는 몽상에 잠긴 듯한 흐리멍덩한 눈으로 천장을 보며 말했다.

 

“만족스럽진 않지만 건진 게 전혀 없지는 않네. 틀린 부분이 있으면 바로잡아 주게. 이 시계는 자네 형이 가지고 있던 건데, 형은 아버님으로부터 물려받았어.”“뒷면에 새겨진 ‘H. W.’라는 이니셜을 보고 알았겠지?”“맞아. W는 자네 성이지. 그 시계가 만들어진 건 약 50년 전이고, 머리글자도 그만큼 오래전에 새긴 것일세. 그러니까 그 시계는 자네 부친께서 구입하신 것이 분명해. 보통 그런 고가의 물건은 장남에게 물려주게 되어 있고, 또 장남과 아버지의 이름이 같은 경우가 흔하지.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자네 부친은 꽤 오래전에 돌아가셨으니까 그 시계는 큰형이 가지고 있었던 것이 되지.”

 

“거기까지는 맞아. 또 다른 건?” 내가 물었다.“자네 큰형은 좀 털털하고 허술한 분이셨네. 상당한 재산을 물려받아 앞길이 유망했는데도 여러 차례 기회를 놓쳐서 가난하게 살았어. 때로는 형편이 나아질 때도 있었지만 결국은 술에 습관적으로 손을 댔고, 그러다 돌아가셨군.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이 정도야.

 

“홈즈, 자네 답지 않군. 이런 비열한 짓을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네. 자네는 불행한 내 형의 전력을 전에 알아본 적이 있군 그래. 그걸 지금 무슨 기발한 방법으로 추리해 낸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하는군. 이 낡은 시계에서 그런 걸 알아냈다고 믿게 하려 해도 소용없어. 속이 뻔히 보이는 수법이야. 솔직히 말해서 이거야말로 속임수가 아니고 뭔가?”

 

“왓슨, 미안해.” 홈즈는 부드럽게 말했다. “그저 이 문제를 추상적으로만 다루다 보니 그게 자네에겐 얼마나 고통스런 이야기인지 잊고 있었네. 그러나 맹세컨대, 난 그 시계를 볼 때까지 자네에게 형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어.”“그렇다면 어떻게 그런 여러 가지 일들을 알아낼 수 있었나? 모든 것이 사실과 똑같으니 하는 말일세.”“운이 좋았기 때문이지. 난 가능성 있는 이야기들 중 가장 그럴듯한 것을 말했을 뿐이네. 완벽하게 들어맞으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어.”

 

“멋대로 짐작한 것이 아니었단 말이지?”“물론이지. 나는 멋대로 짐작한 적이 한 번도 없네. 그게 버릇이 되면 큰일이지. 논리적인 사고가 불가능해지거든. 자네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건 내 사고 과정을 이해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중요한 추리의 기반이 되는 조그만 사실을 보지 못하고 넘겼기 때문일 거야. 예를 들어 나는 처음에 자네 형이 털털한 사람이라는 말부터 했지. 시계 옆면을 보면, 아래 두 군데 움푹 파인 부분과 한 면에 여기저기 긁힌 자국이 있을 거야. 그건 같은 주머니 안에 동전이나 열쇠, 다른 딱딱한 것들을 함께 넣는 습관이 있기 때문일세. 50 기니나 하는 시계를 그토록 아무렇게나 다루는 사람이라면 분명 털털한 성격일 거라고 추리했다 해서 그리 자랑할 것도 없지 않겠나. 또 그만큼 비싼 시계를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사람이라면 다른 유산도 상당히 받았을 거라고 생각해도 결코 지나친 추리는 아닐 거야.”나는 그의 추리가 맞았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영국의 전당포에서는 시계를 맡을 때 뒷면 뚜껑 안쪽에 핀으로 전당표의 번호를 새겨 놓는 관습이 있네. 번호가 지워지거나 바뀌거나 할 염려가 없다는 점에서 꼬리표보다 편리하지. 돋보기로 들여다보면 뚜껑 안쪽에 그런 번호가 네 개나 있네. 그 사실에서 첫째 자네 형은 돈이 궁할 때가 자주 있었다, 둘째 가끔 형편이 나아질 때도 있었다는 것을 추리해 낼 수 있었네. 그렇지 않았다면 저당 잡힌 물건을 다시 찾진 못했을 테니까. 마지막으로 태엽 감는 구멍이 있는 안쪽 뚜껑을 보게. 구멍 둘레가 온통 긁힌 자국투성이지? 열쇠에 부딪혀서 생긴 자국이야.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이라면 열쇠로 이렇게 긁을 리 없지 않겠나? 그런데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시계는 대부분 이런 식이거든. 밤에 술에 취해 떨리는 손으로 태엽을 감아 이런 자국을 내게 되지. 어떤가, 내가 지금 한 말에 이상한 점이 있나?”

 

“햇빛처럼 명료하군. 오해해서 미안하네. 자네의 놀라운 능력을 좀 더 믿었어야 했어. 그런데 지금 조사 중인 사건은 없나?”“한 건도 없어. 그래서 이 코카인을 맞고 있는 것 아닌가. 난 머리를 쓰지 않으면 살아 있는 것 같지가 않아.


   

Q. 다음은 Miles Davis Quartet이 연주한 "Four and More"앨범에 수록된 라는 곡이다. 이 곡명이 "Four"인 이유는 무엇일까?

Miles Davis - Four

  1. 네명의 연주자가 연주해서
  2. (8분 쉼표 포함) 4개의 8분 조표를 한 묶음으로 해서 메인 멜로디를 만들어서
  3. 총 4개의 Mode를 가지고 연주를 해서
  4. 그냥 녹음을 네번째로 해서

   

셜록 홈즈 시리즈 <네 사람의 서명>보다 더욱 난해한 문제가 여기 하나 있습니다.
Miles Davis가 연주했던 라는 곡에 대한 진실인데요,

Jazz standard number를 함께 합주하던 스터디 밴드에서 함께 맞춰보는 곡으로 이곡을 접하게 되면서 갑작스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 제목이 Four지?)
심지어 밴드를 잠시 나오면서 "이 곡의 정체(왜 Four인지) 알기 전까진 밴드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호언장담까지 했는데, 아직까지 미해결 수수께끼로 남아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저의 추측으로는 Four라는 곡이 아래 4개의 Mode만을 사용해서 연주 가능한 구성이기 때문 아닐까라는...

 

E flat Major 7(E flat Ionian)
E flat minor 7(E flat Dorian)
F minor 7(F Dorian)
A flat minor 7(A flat Dorian)

인터넷을 뒤져봐도, 관련 서적들을 찾아봐도 답을 찾을 수가 없더군요.
혹시 여러분은 아시겠나요? 이 곡의 제목이 왜"Four"인지?

들어보시고 아시겠는 분은 꼭 제보 바랍니다.

   

모든 영웅들에게는 인간적인 약점이 필요하다.

위 장면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결국 완벽할 것 같은 셜록 홈즈도 어느 면에서는 약쟁이(코카인) 일뿐이다라는 점인데요.
하긴 주인공이 단점 하나 없이 완벽하면 매력이 없기 때문에 모든 추리소설의 탐정(혹은 해결사)은 저마다의 핸디캡을 가지고 있습니다. 셜록이 약쟁이라면 엘러리 퀸의 소설 드루리 레인은 귀머거리였고 코난은 프로포폴 불법 소지자였으니까요.

아무튼 왓슨이 코카인에 중독된 셜록을 다그치자 그는 아래와 같이 변명을 하면서 자기 캐릭터의 정체성을 보여줍니다.

   

“내 두뇌는 정체되는 걸 싫어해. 문제가 필요하네. 일거리가 필요해. 더할 나위 없이 어려운 암호문, 가장 복잡한 화학 분석의 재료라도 찾아다 주게. 그러면 나는 본래의 나로 돌아가고, 당연히 주사 같은 건 필요 없을 걸세. 단조로운 일상생활의 반복은 질색이야. 뭔가 기분이 고양되는 자극이 필요해. 내가 이런 특수한 직업을 선택한 것도 결국 그 때문이지. 아니, 내가 만들었군. 어쨌든 이 세상에서는 나 혼자뿐이니까.”

   

셜록홈즈 시리즈는 엄청난 인기와 함께 수많은 셜로키언들을 탄생시켰는데요, 현재 셜록 홈즈를 모티브로 한 영화/드라마가 여럿 출시된 만큼 관련 영상물을 보기 전에 원작을 읽어보는 것도 큰 재미가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셜록홈즈 시리즈 전권을 읽게 된 계기가 BBC 드라마 셜록을 보기전에 원작을 다 읽어보고 싶다는 작은 목표에서 시작했거든요.)

   

함께하면 좋은 것들

Wine : Rabid Red

뭔가 이 소설과 함께 하기 좋은 와인으로 주저할 것 없이 이 와인이 생각이 났습니다.

Rabid는 광견병을 뜻하는 단어로 광견병 걸린 개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카베르네 쇼비뇽과 쁘띠 시라를 베이스로 하는 블랜딩 와인인데요, 뭔가 거칠게 생긴 라벨과 달리 과하게 튀는 맛 없이 묵직한 느낌의 와인입니다. 처음 이 와인을 접했을 때, 와인에 대한 맛을 평가하는 데에 우리가 시각/의식적으로 가지는 선입견 때문에 오해를 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와인 라벨을 가리고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했을 때 함께한 분들도 더 좋은 평가를 내리곤 했으니까요.

무튼 여러모로 이 소설의 맥락과 잘 어울리는 와인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이 책이 마음에 드셨다면

셜록 홈즈 시리즈의 시작인 주홍색 연구가 마음에 드셨다면 당연히 나머지 시리즈들을 읽어보셔야겠지요.

그중에서도 시리즈 중에서 미스터리 추리물의 교과서라고도 할 정도로 구성이 탄탄하고 박진감 넘치는 수작으로 평가를 받는 『바스커빌 가의 개』를 추천합니다. (특히 이 시리즈의 경우 BBC 드라마 셜록 시즌에서도 멋지게 각색에 성공해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만들었던 것이 기억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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