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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도스토예프스키 : 사람은 그렇게 괴물이 되는 거야 독서노트 병적인 상태에 있을 때 꾸는 꿈은 가끔 이상한 입체성과 뚜렷한 선명함, 놀랄 만한 현실과의 유사성을 그 특색으로 한다. 때로는 기괴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 꿈의 상황이나 그 과정 전체가 장면의 내용을 충실케 한다는 뜻에서 예술적으로 완전히 부합하는, 지극히 섬세하면서도 기상천외한 상세함을 지니고 있다. - 죄와 벌, 도스토예프스키 , 《속삭이는 자-도나토 카리시》의 원형 그의 옳고 그름 판단력은 면도날같이 날카로워서, 이미 자기 내부의 의식적인 반박론은 발견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최후 단계에 접어들면 그는 점점 자기 자신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무언가가 그를 강제로 그쪽으로 끌고 가기라도 하는 듯이 노예 같은 비굴한 태도로 모든 것에 끈덕지게 반론을 찾아 헤맸다. 그런.. 2021. 9. 11.
이름 없는 자 - 도나토 카리시 : 활자의 한계를 넘어선 긴장감 독서노트 ‘속삭이는 자 사건’의 후유증에서 벗어나는 법을 깨닫기까지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늘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 그 악몽은 밤에 찾아오는 게 아니었다. 잠이 들면 모든 게 사라지는 반면, 대낮에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일 때가 종종 있었다.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고양이처럼 보이지 않는 존재가 그녀 곁에 붙어 다니는 느낌이었다. 결국 사건의 기억을 머릿속에서 지워낼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밀라는 자기 자신과 일종의 타협점을 찾기에 이르렀다. 즉 자신만의 ‘안전선’을 예방책으로 설정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엄격한 원칙을 세워 철저히 지키기로 했다. 첫 번째 원칙이 가장 중요하다. 악마의 이름을 절대 입 밖으로 내뱉지 않는다. 활자의 한계를 넘어선 긴장감, 근래 읽은 가장 멋진 현대 추리.. 2021. 8. 31.
속삭이는 자 - 도나토 카리시 : 현대판 죄와 벌 독서노트 “우리는 이런 범인들을 ‘괴물’이라고 부릅니다. 우리 같은 인간과는 거리가 먼 존재라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우리와는 ‘다른 차원’의 존재라고 믿고 싶어 합니다.” 게블러 박사는 학회에 참석할 때마다 그렇게 설명했다. “그런데 정반대로, 그들은 우리와 완벽히 똑같은 인간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와 비슷한 주변 사람이 이런 끔찍한 짓거리를 벌였을 거라는 건 상상조차 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아마 우리가 지닌 원죄에 대한 대가일 수도 있습니다. 인류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범죄자적 이인증(depersonalization)’이라고도 말하는데, 이는 연쇄살인범 식별에 난관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에겐 약점이라는 게 있고 꼬리를 잡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괴물은 그렇지 않.. 2021. 8.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