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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기타등등

씬스틸러의 인생 명대사 - 강선주, 김현수

by Caferoman 2021. 8. 30.

독서노트

“젊은 바보 녀석이 과거 끔찍한 죄를 저질렀어.
그놈과 말하고 싶어. 정신 차리라고.
지금의 현실을 말해 주고 싶어. 하지만 그럴 수 없지.
그 젊은 놈은 오래 전에 사라지고 이 늙은 놈만 남았으니까.”
- <쇼생크 탈출The Shawshank Redemption, 1994> 감독 : 프랭크 다라본트 출연 : 팀 로빈스, 모건 프리먼

듀프레인처럼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레드가 가석방 심사를 받을 때 심사위원들에게 하는 말입니다.

 

이 책을 분류하자면 에세이, 혹은 영화일기에 가깝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가장 먼저 든 질문은 이 책을 어떻게 분류할 것인가 였습니다. 영화를 소개하는 책이라고 하기엔 한장면의 대사 하나를 단순히 소재로만 활용한 것에 그치고 있고, 명대사 모음집이라고 하기엔 1영화 1대사로 선정된 구문이 너무 저자의 주관에 치우쳐 있었고(단지 저에게만 '나에게 최고 명대사는 이게 아닌데' 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을까요?), 그렇다고 영화를 소재로 인문학적인 고찰을 담아낸 책도 아닌 것 같고. 아무튼 이 책의 포지션은 상당히 애매합니다.

 

한 줄평을 하자면

"나는 오늘 영화를 보았다. 이 부분이 참 마음에 와 닿았다" 수준의 영화일기에 가까운 책

조금 더 유한 표현으로 평을 하자면

사실 한편의 영화에서 한줄의 대사만을 선택한다는 것, 그것만으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고 이 책은 그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마침내 완벽한 엉터리로 해내고야 말았다.

정도가 될 수 있겠네요.

 

“난 많은 사람들보다 운이 좋아요, 나보다 운 좋은 사람은 빼고요.”
- <가타카Gattaca, 1997> 감독 : 앤드류 니콜 출연 : 에단 호크, 우마 서먼

 

그렇게 말하는 나에게 대안은 있는가?

막상 흔하지 않게 완독한 책에 혹평을 던지고 보니 "그럼 나는 '이런 책은 이렇게 쓰여졌어야 해'라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봤을 때 대안을 찾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저의 아이디어 또한 책의 분량을 좀 더 늘리거나 선정한 영화의 편수를 1/5~1/10 까지 줄이고 한 영화에서 맥락과 맥락 사이 관계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을 주요 대사들을 통해 풀어냈다면 이 감질맛 나는 구성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 정도였는데 뭐 출판사와 작가의 알지 못할 고충이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Welcome to the United State. Almost.” (미국에 거의 다 온 것을 환영합니다.)
<터미널The Terminal, 2004> 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 톰 행크스, 캐서린 제타 존스, 스탠리 투치

 

다만 무엇보다 안타까웠던 점은 '맞아, 이 영화 나도 엄청 인상 깊게 봤었지', '그렇지, 이 영화 나에게도 최애영화지!' 라는 마음으로 개인적으로 잘 아는/좋아하는 영화의 쳅터를 읽었을 때, 그다지 공감되지 않는 한구절을 대충 던져놓고 개인적인 썰을 풀다가 성급하게 그 쳅터의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것은 공감을 전하기에도 어떤 지식이나 생각을 전하기에도 적절하지 못한 책의 구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을 유하게 해서 그렇지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가타카Gattaca, 1997> 나 <쇼생크 탈출The Shawshank Redemption, 1994> 와 같은 영화를 대사 하나 던지는 것으로 끝났을 때에는 개인적으로

깊은 빡침

화가 났습니다.

저의 관점에서 가타카에서 가장 중요한 명대사는 이것입니다.

"I never saved anything for the swim back."
"다시 해안까지 돌아갈 힘을 하나도 남기지 않지 때문이지"

심장이 약해서 심장병으로 죽을 가능성이 99%인 주인공과 모든 면에서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주인공과 동생간의 수영시합 - 누가 해안선에서 가장 멀리까지 해엄칠 수 있는가 - 에서 주인공(빈센트)이 동생을 이기고 동생이 이유를 묻자 빈센트가 했던 답변

 

나의 최애 영화는 대사 몇개로 요약할 수 있을까?

“그럼 그만둬, 그만두라고. 5분 안에 널 대신할 다른 여자를 구할 수 있어.
그것도 간절히 원하는 사람으로. 넌 노력하지 않아. 넌 징징대는 거야. 정신 차려.”
-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The Devil Wears Prada, 2006> 감독 : 데이빗 프랭클 출연 : 앤 해서웨이, 메릴 스트립

 

막상 이 책을 읽고 나니 '정작 나는 애정하는 영화들을 대사 몇 개로 요약할 수 있을것인가?'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대충 쇼생크 탈출을 예로 추리다 보니... 일단 바로 생각나는 것만 해도 10개 남짓, 아무리 최소한으로 추린다고 해도 5개 이하로는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개인적인 Pick에 누군가 나처럼 포함되지 않는 대사에 발끈할 수 있으니...)

결론은 여러가지로 봤을 때 이런 구성과 컨셉으로 이런 책을 출판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던 기획의 실패로 봐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다면

 

이 책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책으로는 영화 평론가 로저 에버트가 쓴 <위대한 영화>가 있습니다.. 전 2권 1400페이지에 이를정도로 분량이 상당하지만 "내 인생의 영화"라는 리스트에 공신력을 가질 수 있는 저명한 영화평론가에 의해 엄선된 영화들을 깊이 있게 다루기에 가장 적합한 기획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물론 이 책에서 다루는 영화의 범위가 흑백 무성영화에서 시작하여 이 책이 출간된 2003년 이전에 나온 영화까지를 포함하기 때문에 다소 이시점에 와서 이 책은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예술성은 있으나 오락성과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한 영화들에 대한 긴 해설을 듣고 있는 것 또한 하나의 고역이 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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