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크로스 사이언스
- 저자 : 홍성욱
- 읽은쪽수 : 356쪽
- 누적쪽수 : 2360쪽
- 주제 : 인문/과학
- 감상평(70자 이상) : 데카르트는 인간을 완벽하게 모방한 인공지능이 존재 할 수 없다는 데에 두가지 이유로 유창한 언어와 인간의 광범위한 행동범위를 꼽았는데, 데카르트가 알파고와 Chat GPT가 등장한 오늘날 태어났다면 같은 주장을 할 수 있었을지 궁금해졌다.
마침내 불로장생의 시스템을 이룩한 사회를 그린 올리버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제레미 벤담의 판옵티콘을 연상시키는 1984의 감시시스템을 보며 결함 없는 더 멋진 세계를 말하는 듯 하지만 그 가운데 중요한 인간성을 잃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노벨상 수상 과학자들이 일반 과학자들 보다 사진을 하는 사람은 2배, 음악을 하는 사람은 4배, 미술은 17배, 공예는 15배, 작가는 25배, 무용을 하는 사람은 22배 정도 더 많았다고 하는 『생각의 탄생』의 저자 미셸 루트번스타인의 연구결과를 통해 성과를 내는 몰입력과 창의성은 과학과 예술의 경계에 구애받지 않는 점이 인상 깊었다.
우생학(eugenics) : 진화가 인간에게도 적용되며 생존에 적합한 인간은 살아남고 그렇지 않은 인간은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것이 자연의 순리라는 견해. 1920년대 미국의 이민 제한법, 2차 세계대전의 홀로코스트 등이 이것을 기반으로 시행되었다.
21세기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과학자들
21세기 초에 현대 대중문화 속에 드러나는 과학자의 이미지를 연구한 로잘린 헤인즈(Rosalynn Haynes)의 연구결과를 보면 대체적으로 부정적 이미지가 강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과학자는 대개 7가지 정도의 정형화된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순위가 아래와 같습니다.
- 사악한 연금술사(evil alchemist)
- 영웅(hero)
- 어리석은 과학자(foolish scientist)
- 비인간적인 연구자(inhuman researcher)
- 모험가(scientist as adventurer)
- 미친, 나쁜, 위험한 과학자(mad, bad, dangerous scientist)
- 무기력한 과학자(helpless scientist)
위와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억울할 것도 없는 것이 당시 과학자들은 핵무기와 그 사용에 관련된 중요한 정책 결정에 있어서 상식적이지 못한 주장을 펼치곤 했는데요, 일례로 미국의 핵전략을 중점적으로 연구했던 랜드연구소의 핵심전략가 허만 칸은 그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과 소련 간 전면 핵전쟁이 발발할 경우에 미국은 약 6000만 명의 사망자를 내지만 전쟁에서 승리한 뒤에 빠르게 사회를 재건할 수 있기에 소련이 참기 힘든 도발을 할 경우에는 미국이 전쟁에 돌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핵 전략을 잘 짜서 전쟁할 경우에 소련은 거의 궤멸할 정도의 피해를 보지만, 미국은 불과(!) 6000만 명만이 사망할 뿐이라는 주장이 유수한 과학자로부터 나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인구가 대략 5000만 명인데, 영향력이 상당한 사람이 북한과의 전쟁 시 2000만 명 정도가 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쟁은 할 만한 전쟁이라고 한다면 어떨 것 같은가. 아마 우리는 이런 사람을 미친 사람 취급할 것이다.
반면 당시에 핵전쟁을 반대하던 과학자들 또한 있었습니다. 아인슈타인, 버트런드 러셀과 같은 과학자들은 모두 한 목소리로 인류를 공멸로 이끌 수 있는 핵전쟁을 할 생각 자체를 버리고 군비 감축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결국 정책결정권자들은 이러한 정상적인 과학자들의 만류를 무시하고 핵무기를 늘리게 됩니다. 당시 핵전략 중 하나로 상호확증파괴전략MAD(Mutually Assured Destruction)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이름대로 미친 전략이었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장 유명한 여성 과학자는 마리 퀴리(Marie Curie)이다. 1867년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서 태어난 소녀 마리아 스클로도프스카Maria Skłodowska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여성 과학자가 되었다. 그녀는 1903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함으로써 노벨상을 수상한 첫 번째 여성이 됐고, 1911년에 단독 노벨 화학상을 수상함으로써 노벨상을 두 번 수상한 최초의 과학자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게다가 남녀를 통틀어 서로 다른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두 번 수상한 사람은 지금까지도 마리 퀴리가 유일하다. 그녀는 또한 파리 소르본대학교 최초의 여성 교수가 되었고, 1995년에는 프랑스의 국가적 영웅이 안장되는 파리의 팡테옹에 묻히는 첫 번째 여성이 되었다. 그녀의 연구는 방사능 물리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열었으며, 이런 업적 때문에 방사능 단위에 퀴리라는 이름이, 화학 원소 퀴륨에 역시 퀴리의 이름이 사용되었다.
데카르트는 인간을 완벽하게 모방한 인공지능이 존재 할 수 없다는 데에 두가지 이유를 꼽습니다. 하나는 유창한 언어이고, 두 번째는 인간의 광범위한 행동범위라고 했는데요, 데카르트가 알파고와 Chat GPT가 등장한 오늘날 태어났다면 같은 주장을 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네요.
오늘날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담론 속에서 가까운 미래에 AI의 발전이 인간을 공장과 사무실에서 쫓아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등장하고 있다. 사실 청년 실업이 많아지는 이유는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내는 일자리보다 없어지는 일자리가 많기 때문이다. 구글은 지금 미국에서 가장 자산 가치가 높고 이윤을 많이 내는 회사이다. 예전에는 제너럴 모터스사(GM)가 그 자리를 차지했었다. 그런데 당시 GM에 고용된 인원은 60만 명이었던 반면 구글의 직원 수는 5만 명으로 GM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프랜시스 베이컨의 『새로운 아틀란티스』
이 책에서는 영국 선원들이 배를 타고 가다 대서양에서 풍랑을 만나 고초를 겪다 구사일생으로 발견한 벤살렘이라는 왕국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곳을 발견한 영국인들은 그 곳에서 왕국의 부와 평화의 원천인 ‘솔로몬의 집’이라는 연구소가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이 솔로몬의 집에서 누가 어떻게 그런 연구를 할 수 있었던 것일까? 이 연구소는 국가의 적극적 후원을 받고 있으며, 연구소 내에는 철저한 역할 분담에 근거한 위계가 존재했다. 우선 맨 아래에는 외국에서 활동하면서 사실을 수집하는 ‘빛의 상인’이 12명 있고, 서적에 적힌 실험을 수행하는 ‘약탈자’가 3명 있으며, 기계 기술의 결과와 체계적으로 연구되지 않은 관행을 수집하는 ‘신비 인간’이 3명 존재했다. 그리고 유용하다고 판단되는 새로운 분야를 연구하는 ‘파이어니어’ 혹은 ‘광부’가 3명, 이로부터 새로운 이론이나 원리를 도출하도록 준비하는 ‘편찬자’와 동료들의 실험결과로부터 효용성을 찾아내는 ‘은혜수여자’가 각기 3명, 또한 기존의 연구와 정보수집 현황을 점검하는 ‘등불’과 결과를 보고하는 ‘사상 고취자’가 각기 3명이 있었다. 그리고 맨 꼭대기에 참된 공리를 도출해내는 최상층의 ‘자연의 해석자’가 3명이 위치했다. 이 자연의 해석자야말로 벤살렘 왕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사람들이었다.
1984 그리고 멋진 신세계
조지오웰의 1984는 1948년에 쓰인 작품으로 발간연도를 거꾸로 한 84년을 예측한 소설입니다. 1948년이면 2차 세계대전이 연합군 측의 승리와 함께 전쟁 후 홀로코스트를 비롯해서 독일 전체주의 사회에서 벌어졌던 상당한 종류의 악행들이 세상에 밝혀지기 시작하던 시점이었습니다. 이 소설에서 나오는 텔레스크린 기술과 이를 통한 민중의 감시는 공리주의 철학자 제레미 벤담(Jeremy Bentham)이 제안한 판옵티콘(panopticon)을 떠올리게 합니다.
조지 오웰의 세상과 지금의 SNS 세상은 어딘가 다르지 않은가? 분명히 감시가 만연한 것은 같은데, 지금은 누구나 들여다보는 페이스북에 일기를 쓰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 것이다. 오웰은 책이 금지당하는 것을 두려워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아무도 책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책을 금지할 필요가 없어진 것을 우리가 더 두려워해야 하는 게 아닌가.
마침내 불로장생의 시스템을 이룩한 사회를 그린 올리버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역시 1984에 뒤지지 않는 명성을 가진 당대 디스토피아 소설이었습니다 소설에서 말하는 결함 없는 더 멋진 세계를 말하는 듯 하지만 그 가운데 중요한 인간성을 잃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이 책의 제목과 역설적인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A Pale Blue Dot
미국 나사의 무인탐사기 보이저 1호가 60억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지구를 바라보며 찍은 사진에는 ‘창백한 푸른 점’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칼 세이건은 그렇듯 멀리서 찍은 지구 사진을 보다 보면 지구상에서 서로 미워하고, 싸우고, 심지어 서로의 이념과 명분에 ‘목숨을 거는’ 행위가 얼마나 우스운 것인가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태어나서 죽은 모든 사람들이 그 하나의 점 위에 살았고, 지금 종교 때문에, 이데올로기 때문에 서로 싸우고 으르렁거리는 사람들 모두가 그 점 위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는 우리의 오만, 내가 우주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망상은 우주에서 찍은 지구의 사진 한 장으로 근거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리보위츠를 위한 찬송
이 소설은 인류가 이제껏 만든 핵무기를 전부 터뜨려 거의 전멸한 상황을 그리고 있다. 그리하여 살아남은 소수의 사람들은 중세 시대 비슷한 시기로 돌아가고 그중 몇 명은 우리가 썼던 책을 보관하는 일을 담당한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일할 당시는 이미 문명 자체가 모두 몰락한 상태인지라 그들은 책에 적힌 내용이 무슨 말인지 모른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부터 조금씩 문명을 발전시켜나가기 시작한다. 그래서 3400년 정도가 되면 우리가 쓴 교과서를 이해할 수 있는 단계까지 도달한다. 그런데 그 단계에서 그 사람들은 다시 핵무기를 만들고, 그러고 나서 다시 핵을 폭파시키는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과학과 인문학의 관계
“과학과 인문학이 상호보완적이다”라는 취지의 언급을 맨 처음 했던 철학자는 잠바티스타 비코Giambattista Vico라는 이탈리아의 사상가였다. 과학과 인문학의 관계를 생각할 때 비코는 매우 중요한 사상가이다. 흔히 비코 이후에 과학과 인문학이 아주 뚜렷하게 갈라지기 시작했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그는 인간 사회에서 사람들은 각자가 서로 다른 삶의 목적을 가지고, 서로 다른 가치를 추구한다고 보았다. 서로 다른 삶의 목적이 세상에서 충돌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가치를 조정하는 데 지혜가 필요하고, 따라서 이를 학교에서 배워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비코가 보기에 자연과학, 특히 수학은 정답의 유무만을 따진다. 이 때문에 비코는 수학은 과학의 세상에는 유용할지 몰라도 인간 사회에는 유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인간 세상에는 완전히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는 문제는 거의 없고, 차이를 이해해야 하거나, 혹은 조금 더 옳고 덜 옳은 정도만 가릴 수 있는 문제투성이기 때문이다. 반면 수학의 경우에는 도출된 답이 맞는지, 틀리는지라는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만을 선택할 수 있다. 비코는 사람이 수학만 배운다면 결국 세상의 문제를 이해하고 평가하는 방식에서 심각한 문제를 낳을 것이라고 보았다. 이렇게 그는 과학적 방법의 한계를 깨닫고 인간 사회를 더 이해하고 조정하기 위해서는 수학이나 과학이 아닌 인문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칸트 이후의 학자들은 서구 사회 근대성의 가장 큰 특징으로 칸트가 나눈 세 가지 영역의 분리를 꼽기도 한다. 칸트는 ‘이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부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도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무엇인가’는 ‘사실’에 대한 질문이고 ‘어떻게 사는가’는 ‘가치’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칸트는 이 둘이 섞여서는 안 되며 서로 관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앞에서 언급했듯 우주에 대해 안다고 해서 우리 삶에서 달라지는 건 없다는 논의들과 비슷한 이야기를 한 것이다.
일반 과학자의 수와 비교했을 때 노벨상 수상 과학자들 중에서 사진을 하는 사람은 2배, 음악을 하는 사람은 4배, 미술은 17배, 공예는 15배, 작가는 25배, 무용을 하는 사람은 22배 정도 더 많았다는 『생각의 탄생』의 저자 미셸 루트번스타인Michele Root-Bernstein의 연구결과에서 실제로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은 거의 대부분이 한 가지 예술에 준전문가적으로 깊게 몰입했던 사람들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창의적인 과학자일수록 예술을 병행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과학이 상상력이 필요한 활동이라는 주장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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